할매 할배 추억상자
할매의 생일과 첫 케이크
시니어 팩트체크
2025. 7. 1. 05:05
반응형
할매 생일이란 말조차 낯설었던 시절
어릴 적엔 할매 생일을 따로 챙긴 기억이 별로 없다.
어른 생일은 그냥 미역국 한 그릇, 막걸리 한 잔이면 끝이었다.
할매는 언제나 “나는 생일 필요 없다”며 손사래 치셨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작은 축하 한마디가 고팠을지도 모른다.
작은 용돈이 만든 큰 선물
학교에서 친구들이 엄마 생일에 케이크를 사드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할매께 케이크를 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용돈을 조금씩 모았다. 떡집에서 떡 하나 사드리는 게 낫다고 어른들은 말렸지만, 내겐 케이크가 꼭 필요했다.
촛불 하나, 할매의 웃음꽃
작은 빵집에서 산 케이크는 크지 않았다.
딸기 몇 알이 올려져 있고 초 하나 꽂을 자리가 겨우 있었다.
할매 앞에 케이크를 내밀자 할매는 처음엔 손사래를 치셨다.
그러다 초에 불을 붙이고 내가 “생일 축하해요 할매” 하고 박수를 치자,
할매는 살며시 웃으셨다. 그 미소는 지금까지 본 어떤 미소보다 따뜻했다.
작은 케이크가 만든 행복
할매는 케이크를 자르면서도 “이런 건 사지 말랬지” 하셨지만,
그 말끝엔 잔소리가 아니라 고마움이 묻어 있었다.
작은 한 조각을 드시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그 순간 나는 할매의 손맛으로 자란 나도, 할매에게 맛있는 걸 드릴 수 있구나 하고 뿌듯했다.
지금 내 케이크에 담긴 마음
이제 할매는 곁에 없지만, 생일마다 케이크를 고를 때면 그때 할매 얼굴이 떠오른다.
나는 아이에게 생일 케이크를 사주며 말한다.
“케이크는 달콤한 게 아니라 마음이 달콤한 거야.”
할매가 남긴 웃음은 지금도 내 생일상 위에 초처럼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