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할배 추억상자
할배의 숨겨둔 눈물
시니어 팩트체크
2025. 6. 3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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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줄로만 알았던 할배
어릴 적 내 눈에 할배는 늘 강했다.
목소리는 크고, 걸음걸이는 무겁고, 화를 내셔도 무섭지 않았다.
그만큼 할배에게 눈물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할배는 울지 않는 사람이라 믿었다.
제사상 앞의 할배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 기일이었다.
온 가족이 모여 제사를 지내고, 상을 물리고 나서 모두 웃으며 대화를 나눌 때였다.
할배는 홀로 마루 끝에 앉아 계셨다.
아무도 몰랐다. 할배의 등을 보며 웃고 떠드는 사이,
그 등 뒤에 숨어 있던 눈물 한 방울을.
조용한 흐느낌
마루 끝, 등잔 불빛 아래 할배는 고개를 떨군 채 작은 흐느낌을 삼키고 있었다.
강한 척, 무뚝뚝한 척 하던 할배도
평생 함께했던 할매가 그리워 견디기 어려웠나 보다.
어린 마음에도 그 순간만큼은 할배가 작아 보였다.
할배가 남긴 울음의 의미
그 뒤로도 할배는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안다.
할배 마음 속에는 늘 할매가 살았고, 가족 걱정과 외로움이 살았다.
눈물은 숨겼지만 그 마음은 숨기지 못했다.
이제서야 이해되는 눈물
이제 나도 할배 나이에 가까워졌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가끔은 밤늦게 홀로 앉아 울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마루 끝에서 할배가 삼켰던 눈물이 떠오른다.
울음은 약한 것이 아니라, 사랑의 깊이를 말해주는 증거라는 걸
할배가 보여주었다.
언젠가 나도 흘릴 눈물
할배처럼 무뚝뚝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할배처럼 사랑하고, 할배처럼 눈물을 삼킬 줄은 알고 싶다.
눈물은 사라져도 사랑은 남는다.
그게 할배가 남겨준 마지막 가르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