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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이 떠난 자리
이제 내 곁엔 할매 할배가 없다.
함께 웃고, 꾸중하고, 따뜻한 밥을 차려주시던 두 분은 긴 세월 뒤로 남겨두고 떠나셨다.
집 안 어디에도 두 분의 모습은 없지만, 문득 문득 빈 자리가 말을 걸어온다.
마루 끝, 빈 의자 하나
할배가 앉아 담배를 피우던 마루 끝 자리에
작은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낡아서 페인트가 벗겨졌고 다리가 조금 휘었지만
가족 누구도 그 의자를 버리지 않는다.
그곳엔 아직 할배가 앉아 계신 것 같기 때문이다.
부엌 구석, 할매의 양은 냄비
부엌 한 켠엔 할매가 평생 쓰던 양은 냄비가 아직도 있다.
이제 그 냄비에 국을 끓이는 일은 없지만
그 냄비를 볼 때마다 고등어조림 냄새, 된장국 김이 스쳐간다.
할매의 손맛은 사라졌지만 기억 속엔 선명하다.
빈 자리가 남긴 따뜻함
할매 할배는 떠나셨지만
그 빈 자리는 오히려 우리 가족을 더 가깝게 만든다.
어려울 때면 “할매라면 뭐라 하셨을까?”, “할배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조용히 떠올려보면 답이 나온다.
두 분은 자리에 계시지 않아도 늘 우리 곁에 계시다.
그 온기를 지켜갈 사람들
나는 그 빈 자리를 허전함으로만 두지 않기로 했다.
할매 할배가 남긴 온기를 내 아이에게, 그다음 아이에게 전하고 싶다.
밥 한 그릇, 망치 하나, 바느질 실 한 올에도
두 분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추억은 자리를 지운다
사람은 떠나도 자리는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사람을 다시 부른다.
오늘도 마루 끝 빈 의자에 앉은 듯
할매 할배의 목소리가 내 마음을 다독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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