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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소리로 시작된 아침
할매네 집에서 가장 먼저 들리는 소리는 닭 울음소리가 아니라 바느질 소리였다.
이른 새벽, 잠결에도 들리던 실 뽑는 소리, 바늘이 천을 스치는 소리는 나에겐 자장가 같았다.
할매는 바늘 하나로 찢어진 옷도, 해어진 담요도 새것처럼 되살려냈다.
낡은 옷에 새 생명을
나는 학교에 입고 갈 옷이 구멍나도 걱정하지 않았다.
할매만 있으면 무릎 구멍 난 바지, 닳아 빠진 양말도 하루아침에 멀쩡해졌다.
때론 낡은 옷조각들을 이어붙여 작은 이불을 만들어주셨는데,
그 이불을 덮고 자면 더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할매 바느질통
할매의 작은 바느질통은 보물창고 같았다.
빛바랜 색실 뭉치, 바늘꽂이, 자투리 헝겊이 가득 들어 있었다.
할매는 그 속에서 꼭 맞는 색실을 꺼내 실밥 하나까지 꼼꼼히 정리했다.
어린 나는 그 바느질통이 신기해 몰래 열어보다가 바늘에 손가락을 찔리곤 했다.
바느질 속에 담긴 정성
할매는 손바느질을 하면서도 늘 흥얼흥얼 노랫가락을 잊지 않았다.
그 노랫소리는 가족 걱정 대신 부른 작은 기도 같았다.
바늘끝이 천을 오가며 이어진 건 헝겊만이 아니었다.
할매는 바느질로 가족의 마음을 잇고, 살림을 붙잡고, 추억을 꿰매셨다.
손끝에서 이어진 사랑
지금은 누구나 옷이 해지면 버리고 새로 산다.
하지만 나는 구멍난 셔츠를 보면 가끔 할매의 바느질을 떠올린다.
손끝으로 이어진 그 마음을 다시 살려보고 싶다.
세탁소 수선비보다 할매 손길이 더 귀했던 그 시절이 오늘따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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