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연장통의 무게어릴 적 마당 한구석에는 늘 묵직한 나무 연장통이 있었다.빗장 하나 달린 그 상자는 내겐 보물상자 같았다. 할아버지는 그 상자를 꺼낼 때마다 진지해지셨다.어린 나는 못질 한번 하려다 손가락을 다쳐도 할배는 화를 내지 않으셨다.대신 말없이 못을 뽑아주고 다시 처음부터 보여주셨다.그 연장통은 내 어릴 적 교과서보다 훨씬 많은 걸 가르쳐준 선생님이었다.연장에 새겨진 굳은살의 기록연장통을 열면 못, 망치, 낫, 드라이버 같은 것들이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그중 가장 닳은 망치 하나는 할배가 가장 오래 쓴 연장이었다.어디서 샀는지, 누구한테 얻었는지 아무도 몰랐지만그 손잡이에 할배의 굳은살 냄새가 배어 있었다.할배는 마루가 삐걱거리면 그 망치로 못을 다시 박고, 헛간 문짝이 뒤틀리면 못을 뽑아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