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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 32

빈 자리 할매 할배가 남긴 온기

그분들이 떠난 자리이제 내 곁엔 할매 할배가 없다.함께 웃고, 꾸중하고, 따뜻한 밥을 차려주시던 두 분은 긴 세월 뒤로 남겨두고 떠나셨다.집 안 어디에도 두 분의 모습은 없지만, 문득 문득 빈 자리가 말을 걸어온다.마루 끝, 빈 의자 하나할배가 앉아 담배를 피우던 마루 끝 자리에작은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낡아서 페인트가 벗겨졌고 다리가 조금 휘었지만가족 누구도 그 의자를 버리지 않는다.그곳엔 아직 할배가 앉아 계신 것 같기 때문이다.부엌 구석, 할매의 양은 냄비부엌 한 켠엔 할매가 평생 쓰던 양은 냄비가 아직도 있다.이제 그 냄비에 국을 끓이는 일은 없지만그 냄비를 볼 때마다 고등어조림 냄새, 된장국 김이 스쳐간다.할매의 손맛은 사라졌지만 기억 속엔 선명하다.빈 자리가 남긴 따뜻함할매 할배는 ..

할매의 생일과 첫 케이크

할매 생일이란 말조차 낯설었던 시절어릴 적엔 할매 생일을 따로 챙긴 기억이 별로 없다.어른 생일은 그냥 미역국 한 그릇, 막걸리 한 잔이면 끝이었다.할매는 언제나 “나는 생일 필요 없다”며 손사래 치셨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작은 축하 한마디가 고팠을지도 모른다.작은 용돈이 만든 큰 선물학교에서 친구들이 엄마 생일에 케이크를 사드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할매께 케이크를 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용돈을 조금씩 모았다. 떡집에서 떡 하나 사드리는 게 낫다고 어른들은 말렸지만, 내겐 케이크가 꼭 필요했다.촛불 하나, 할매의 웃음꽃작은 빵집에서 산 케이크는 크지 않았다.딸기 몇 알이 올려져 있고 초 하나 꽂을 자리가 겨우 있었다.할매 앞에 케이크를 내밀자 할매는 처음엔 손사래를 치셨다.그러다 초에 불을 붙이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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