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엌에 피어오르던 따뜻한 국물어릴 적 내 기억 속 할매는 늘 부엌에 계셨다.지금처럼 반짝이는 주방이 아니었다. 연기 자욱한 아궁이 옆에 쪼그려 앉아, 낡은 솥단지에 뭔가를 푹푹 끓이시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그때는 왜 그렇게 국물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무를 두툼하게 썰어 넣고, 뼈와 함께 우려낸 소고기국은 온 집안 구석구석 따뜻한 김으로 채워졌다.할매 손맛의 비밀배고파서 괜히 부엌을 맴돌면 할매는 국 한 숟갈 떠서 후후 불어 입에 넣어 주셨다. 뜨겁지만 참 달았다. 요즘 파는 즉석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맛이었다.할매는 간을 보겠다며 연신 국을 한 숟갈씩 떠먹더니, 결국 가장 맛있는 국은 식탁이 아닌 부엌에서 만들어지는 거라고, 농담처럼 웃으셨다.할매 손맛은 그 국 한 그릇으로 시작됐다.당시엔 몰랐..